“최초의 전자 인간, 셰이키를 만나다(Meet Shakey, the first electronic person)–자기 생각을 가진 기계의 신기하고 무서운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라이프(LIFE) 매거진 1970년 11월호에 실렸다.
라이프지의 기자는 셰이키(Shakey)의 놀라운 기능에 감탄하며 셰이키가 달에서 자율적으로 샘플을 채취하고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또한 기자는 당시 인공지능 연구에 대해 간략히 적으며 기계의 지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그 한 사례가 셰이키라고 했다. 사실 셰이키는 인공지능 발전사에서 획기적이고 중대한 이정표를 세운 연구였지만, 다른 한편으로 로봇, 특히 자율주행 로봇의 발전사에서 중요한 개발품 중의 하나이며, 자율 주행 자동차의 모태이기도 했다.
첫번째 인공지능의 황금시기에 큰 성과로 인정받았던 두 프로젝트는 테리 위노그라드의 셔들루(SHRDLU)와 SRI(Stanford Research Institute)의 찰스 로젠 팀이 만든 셰이키다. 두 사례는 기호주의적 접근으로 컴퓨터내에서만 수행되던 인공지능이 현실에서도 실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그래서, 셔들루와 셰이키는 당시의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 연구자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다만, 로봇 팔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연어 처리에 의한 문제 풀이로 찬사를 받았던 셔들루는, 변수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 컴퓨터 속에 구현된 가상의 폐쇄 세계인 블록 월드(Block World)에서만 운영될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모바일 로봇으로 구현된 셰이키는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는 실물로서 자연어 처리, 머신 비전, 패턴 인식 기능에 추론과 탐색을 통해 문제 풀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기에 특히 더 큰 기대를 받았음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모바일 로봇이라는 관점 이전에, 셰이키가 인공지능 연구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대표적 개발자 중 한명인 찰스 로젠(Charles Rosen)의 팀이 수행한 이전 연구가 최초의 인공 신경망인 퍼셉트론을 확장한 인공 신경망 패턴인식 시스템 미노스(Minos)였기 때문이다. 사실 물리적 실체를 가진 모바일 로봇인 셰이키도 원래 로봇 개발 측면보다는 인공지능의 현실 활용 측면에서 개발된 성격이 강했다.
셰이키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 하에 1966년부터 1972년까지 개발된 최초의 인공지능 모바일 로봇이었다. 1960년에 미노스를 개발하고, 1963년에 SRI에서 머신러닝 그룹을 설립한 로젠은 미노스의 패턴 인식 연구를 기반으로 물리적 조작기를 통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그리고 그런 과정에 자동화된 의사 결정까지 통합한 시스템을 구상했다.
인공지능 연구를 로봇으로 확장하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시대적 환경도 한 몫 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많은 대학의 연구실에서 모바일 로봇을 실험하고 있었고, 유니메이트나 랜초 암 같은 로봇 팔도 실제 구현되고 상용화 되기도 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자 1964년에 제안했지만 긍정적인 답을 듣지는 못했다. 그래서 당시 신기술 개발자금 지원의 가장 큰 손이던 DARPA에 인간 지능이 필요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개발 프로젝트로 2년 동안 제안하고 설득한 끝에, 당시 금액 75만달러, 현재 가치로 약 500만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6년간의 셰이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셰이키는 현실 세계에서 과제를 부여받고 스스로 과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바일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을 만들기 위한 최초의 진지한 시도였다. 이를 위해 셰이키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2차원으로 모델링하고, 주변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환경 인식 기능을 갖춰야 했다. 그런 다음에 사람들이 지시한 문장을 명령 입력으로 받으면 이를 논리 명령어로 변환해서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이해해야 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한 다음, 구동부를 제어하고 상태를 파악하며 이동해서 지시한 명령이 달성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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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컴퓨터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셰이키(사진=필자) |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이 이동할 때, 상단부가 흔들거리는 모습 때문에 셰이키라는 이름을 얻은 이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은 안테나까지 높이가 2미터 정도였는데, 외관상으로는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밑부분은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의 이동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구동용 모터와 바퀴,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캐스터, 그리고 상자 등을 밀며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범퍼와 고양이 수염이라고 불리던 물체 감지 센서로 구성되었다. 중간 부분은 직육면체로 세개의 랙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온보드 논리 회로와 카메라 제어장치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상단부에는 레이저 거리 측정 장치, 흑백 TV 카메라, 그리고 위쪽으로 튀어나온 두개의 안테나가 장착되었다.
안테나 하나의 채널은 비디오 신호 전송용이었고 다른 하나의 채널은 중앙 제어 서버와 양방향 통신을 했다. 중앙 제어 서버로 초기에는 SDS 940 컴퓨터가 사용되었다가, 1969년에 더욱 강력한 컴퓨터인 PDP-10으로 교체되었는데,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PDP-10에서 개발되었다. 소프트웨어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던 셰이키는, 모터제어, 센서 입력 처리, 경로 계획과 TV 카메라로 입력된 이미지를 처리하여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기능을 장착했다. 또, 목표지점이 주어지면 스스로 특정 위치로 이동하는 경로 탐색 프로그램, 자연어로 주어진 명령에 대해 작업 계획을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계획을 탐색하여 최적의 방법을 추론하는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다만, 셰이키는 일반적인 현실 세계의 공간이 아닌, 연구원들이 특별히 구성한 공간에서 작동했다. 그곳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방들은 문을 통해 서로 연결되었는데, 문이 달려 있지 않은 벽면은 낮게 배치해서 셰이키의 동작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일부 방에는 셰이키의 동작 확인을 위해 이동 가능한 직육면체 상자들과 경사식 발판, 그리고 바닥과 높이가 다른 넒은 발판이 놓여 있기도 했다. 일련의 방과 문, 그리고 상자 등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셰이키의 임무는 방들을 탐색하고, 주어진 명령을 완수하기 위한 작업 수행 방법을 계획하고,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동작 명령은 원격으로 입력되고 논리 명령을 사용했는데, 자연어를 논리 명령어로 번역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예를 들어 “Use BOX2 to block door DPDPCLK from room RCLK (RCLK방으로부터 BOX2를 가져와 DPDPCLK문 앞을 막아라)”라는 명령을 주면, 이를 “SHAKEY=BLOCKED(DPDPCLK, RCLK, BOX2)”라는 논리 명령문으로 변환해 임무를 수행했다. 셰이키는 자신이 이동해야 할 경로를 스스로 계획했는데, 이동 경로상에 있는 장애물들을 고려하며 경로 계획을 하고, 지시된 상자를 밀어 이동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간단한 바카라사이트 벳페어 팔을 장착해 상자를 이동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바카라사이트 벳페어 팔 없이 하단부의 범퍼로 밀어 상자를 이동했다.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때, 초기에는 구동 바퀴의 회전수를 계산해서 추론했으나, 이는 오류가 누적되곤 했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한 시각적 정보로 보정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로 인식한 이미지를 패턴 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물체의 윤곽과 방의 모서리를 감지해서 주변 환경을 기하학적으로 맵핑했고, 이를 통해 위치 탐색을 조정할 수 있다. 셰이키는 위치가 옮겨진 상자나 새로운 방, 예기치 않은 장애물 또는 닫혀져 있는 문과 같이, 알고 있지 않은 환경에 대해서도 주어진 명령과 과거의 환경 정보 그리고 새로 인지된 환경을 복합적으로 감안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동작을 통해 명령을 완수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높이가 다른 발판위의 상자를 이동하라는 명령에 경사식 발판을 옮겨서 올라 갈수 있도록 하거나, 경로상의 문에 물체가 가로 막혀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 다른 문이 있는 경로를 탐색하기도 했다.
이런 놀라운 추론과 문제 해결 능력은 셰이키를 위해 개발된 획기적인 최단 경로 탐색용 A*(A star) 탐색 알고리즘과 자동화 계획 시스템인 STRIP(STtanford Research Institute Problem Solver) 플래너 덕분이었다. 현재도 활용될 정도로 훌륭한 연구였던 A* 탐색과 STRIPS 플래너 기술을 포함해서, 셰이키를 위해 개발된 일부 기술은 오늘날의 전자지도나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서부터 화성 탐사 로버의 경로 찾기는 물론 자연어 처리나 컴퓨터 게임, 그리고 다른 응용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명시적 사실에서 암묵적인 사실을 추론하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 실행의 오류를 수정하며 일반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던 셰이키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컴퓨터 비전, 탐색 및 계획 방법은 바카라사이트 벳페어 공학과 웹 서버, 자동차, 공장, 비디오 게임 및 화성 탐사선 설계에서 중요한 기술들로 입증되었다.
물론 당시의 전반적인 기술 환경의 제한으로 셰이키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실제 환경에 적용되었다고는 하지만, 셰이키는 직면한 많은 문제들은 단순화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벽과 장애물을 탐지하는 카메라의 경우, 흑백 카메라였고 이미지 해석에도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셰이키가 이동하는 공간은 단색으로 칠해져야 했으며, 물체들의 형태도 최대한 단순화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TV 카메라는 너무 많은 전력을 필요했기에, 실시간으로 환경을 인식하지 못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TV 카메라를 켜서 동작 시켰는데, 전원이 투입되고 영상을 인식하는데 10초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미지를 인식하고 다음 동작을 결정하기 위한 컴퓨터의 연산에도 시간이 꽤 걸리면서 셰이키의 동작속도는 꽤나 느렸는데, 셰이키가 다음 동작을 하기 위해서 최대 15분 정도 가만히 서있기도 했다.
동작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지만, 임무를 받은 후 경로를 설정하고 목표지점을 맵핑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모델링해야 하는데, 당시의 컴퓨터 성능의 한계로 이 또한 여러 시간 걸리기도 했다. 종합해 보면, 셰이키는 이동 명령을 수행하는데, 명령 입력 후 임무를 완수하기까지 몇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한편 셰이키의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는 성능의 컴퓨터는 셰이키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케이블로 연결될 수 밖에 없었고, 케이블이 이동에 방해가 되자 무선 통신을 통해 연결할 수 밖에 없었다.
논란의 여지없는 최초의 자율이동 로봇이긴 하지만 셰이키는 현실 상황에서 실제적인 문제에 이용될 수 없었다. 이런 셰이키의 한계점이 오히려 인공지능의 현실 세계 활용의 꿈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려주게 되어, 인공지능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주는 계기 중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로봇 공학 입장에서는 셰이키는 현대 모바일 로봇의 핵심 기술인 SLAM(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컴퓨터 비전 및 환경 인식, 로봇 행동 계획,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결합 등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효시가 되었다.
DARPA의 지원 중단으로 1972년에 셰이키 프로젝트는 종료되었고, SRI는 12년이 지난 1984년이 되어서야 바카라사이트 벳페어 기반 프로젝트이자 셰이키의 후속인 플레키(Flakey)를 개발하게 되었다. 당시 개발자들은 셰이키 연구의 주요 목적으로 바카라사이트 벳페어이 우주 탐사에서 산업 자동화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중단으로 셰이키는 달에는 물론 공장에도 결국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수많은 셰이키의 후손들은 달과 화성, 그리고 세계 도처의 공장에서 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물류창고, 병원, 공항, 심지어 소규모 식당과 배송을 위해 길거리에서도 활보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되는 날에는 셰이키의 후손들이 도로마저 가득 메우고, 우리 일상 거의 모든 곳에서 셰이키의 후손들이 항상 그곳에 있었던 듯이 자연스럽게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필자:문병성 moonux@gmail.com
필자인 문병성은 금성산전, 한국휴렛패커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에어로플렉스 등 자동화업계와 통신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했으며, 최근에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역사와 흐름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글을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