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시리즈로 이족 보행 토토 바카라을 개발해 왔던 혼다가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것은 P 시리즈부터다. “Prototype(시제품)”이라는 단어의 앞 글자를 딴 P시리즈는 1993년의 P1부터 2000년의 P4까지 네 개의 모델을 개발했다. 기본적으로 혼다의 토토 바카라에 대한 생각은 이동성을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조화롭게 작업하기 위해서는 두 팔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E시리즈가 어느 정도 인간의 보행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되자, E시리즈의 다리위에 기본 작업을 할 수 있는 팔이 있는 상체를 부착한 P시리즈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3년 개발된 첫번째 모델 P1의 경우, 몸통과 팔을 장착한 상체 위에 상체만큼 큰 제어부 박스가 올려져 있어, 조금 기괴한 모습으로 요즈음 생각하는 휴머노이드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자유도 30, 키 191.5cm, 무게 175kg의 덩치가 매우 큰 P1은 보행은 물론 상체에 부착된 팔과 손으로 문을 열고 닫거나, 물건을 집는 동작을 할 수 있었다.
두번째 P 시리즈인 P2는 1996년 12월, 혼다의 보행 로봇으로는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는데, 무선으로 원격 조작을 했지만 최초의 자율 조절 이족보행 로봇이 되었다. 자율이라는 의미는 보행 동작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로봇의 모든 작동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머리부분이 여전히 크기는 했지만, 모양을 좀더 다듬어 상체위의 박스가 어느 정도 머리처럼 보일 수 있게 개선되었다. 키 182cm, 무게 210kg으로 여전히 덩치가 큰 휴머노이드 로봇이었고, 손으로는 최대 5kg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걷는 속도가 시속 2Km에 불과했지만, 목표물을 정해 자율적으로 걷어가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고, 카트를 두손으로 밀고 가는 등의 동작을 추가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으며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밀어도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1997년 9월에 발표된 P3는 자유도 28, 키 160cm, 무게 130kg으로 경량화되고, 소형화된 토토 바카라이었는데, 얼굴도 사람과 같은 비율로 제작되어, 전체적으로 백팩을 맨 사람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토토 바카라이었다. 경량화된 만큼 최대 작업 부하도 작아져, 각 손으로 2kg의 물체를 쥐고서도 균형을 잡으며 걸어 갈수 있었는데, 최초의 완전히 독립적인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토토 바카라으로 소개되었다.
자율 이동은 머리에 장착된 카메라로 바닥의 표식를 인식하여, 현재의 위치와 목표지점의 위치, 방향 등을 기준으로 보행을 연산하여 이동하는 데, 이동 중 미끄러짐이나 관성을 인지해 이동에 대한 보정을 수행하기도 했다. 토토 바카라의 손에서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서 카트를 밀고 가는 동작에서 카트가 장애물에 의해 저항을 받으면 보폭을 줄이며 과도하게 밀지 않을 수도 있고, 볼트를 조이는 등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
2000년에는 P3와 키는 같지만, 무게가 80kg으로 크게 줄인 새로운 모델 “P3 개량 프로토타입(P3改良型試作機)”을 발표했다. 이는 P3에 비해 보행 방향 전환, 상체 자유도 향상 등 운동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유도가 34로 늘어난 모델이었다. 2009년에 혼다는 이 모델의 명칭을 P4로 수정해서 발표했다.
2000년 11월 20일, 혼다의 휴머노이드 아시모가 공개되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좀 각이 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주복을 입은 어린이 모양의 로봇이 두발로 자연스럽게 걸어 나와 인사를 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발전된 로봇 기술에 많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와세다 대학의 와봇과 와비안, PNNL의 매니 등, 이전까지 휴머노이드 토토 바카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아시모를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로 기억하는 것은 그 당시의 충격과 찬사가 그만큼 컷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P시리즈를 발전시킨 아시모(ASIMO)의 이름은 “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혁신적 모빌리티의 진보된 걸음)”의 약자이기도 하고, 일본어로 다리를 뜻하는 “아시(あし)”와 Mobility의 “MO”의 합성어이기도 하며, 아이작 아시모프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도 한다.
아시모의 자유도는 26으로 P3의 28과는 비슷했지만, P4에 비해서는 8 자유도가 줄어 들었는데, 키는 P3와 P4에 비해 40cm가 작아진 120Cm였고, 무게는 P3의 반 이상을 줄인 52kg으로 더욱 경량화 되었다. 키가 줄어든 이유는 인간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인간 생활에 무리가 없는 높이를 만들기 위해서 였다는 것이 혼다 측의 설명이었다.
2000년에 공개된 아시모 초기형은 니켈 메탈 수소(NiMH) 배터리로 완전충전에는 4시간이 걸렸지만, 연속 작동 시간이 30분에 불과했고, 혼다의 지능형 실시간 유연 보행 기술인 "아이워크(i-WALK)"가 적용되었지만, 속도는 시속 1.6킬로미터로 P 시리즈보다 약간 느렸다.
이후 혼다는 계속해서 아시모를 개량하며 발표했는데, 2002년에는 주변 환경 인식, 얼굴 인식, 소리 식별 및 사람의 자세와 몸짓을 해석하고 그에 반응하며 움직일 수 있는 인텔리전스 기술이 추가되며 사람과 상호 작용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키가 130cm로 약간 커지고, 무게가 54kg이 된 2005년의 아시모는 백팩에 들어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보행 동작을 한시간까지 가능하도록 제작되었다. 쟁반을 나를 수도 있고,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악수를 하거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등 사람에 맞춰 행동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는데, 자유도도 P4와 같이 34로 증가했다. 보행 속도는 시속 2.7킬로미터 그리고 시속 6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주행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원형 경로로 달릴 때, 원의 반경에 따라 속도를 변경하고, 몸의 무게 중심을 원형 내부로 기울이는 자세를 취하는 등 보행 중이나 주행중의 부드러운 선회 능력은 놀라운 기술이었다.
2007년에는 추가적인 인텔리전스 기술의 발전으로 둘 이상의 아시모가 상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작업 종류에 따라 공동 작업을 할 수도 있었다. 또한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추월하거나 다가오는 사람을 위해 옆으로 피하는 등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되었으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소로 걸어가서 자동으로 재충전할 수도 있었다.
2011년에는 올 뉴 아시모(All New ASIMO)가 발표되었다. 무게가 48kg으로 줄어든 올 뉴 아시모는 사람의 움직임과 주변 상황에 더욱 지능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프리젠테이션 도중 음료가 도착하면, 음료 제공을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중단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의 걸음을 예측하여 충돌을 회피하면서 걸을 수도 있었다. 또 시각 센서와 청각 센서로 얼굴과 음성을 동시에 인식하며,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섞여도 구분하며 들을 수 있었다. 운동 능력도 훨씬 개선되어 시속 9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었고, 고르지 않은 면 위로 걷는 것은 물론 뒤로 뛰기, 한 다리 또는 두 다리로 뛰기가 가능해졌다. 센서가 장착된 손의 기능도 더욱 발전해서 유리병의 뚜껑을 따고, 컵에 음료를 붓고, 종이컵을 찌그러뜨리지 않고도 붙잡을 수 있었으며, 수화 대화도 가능했다.
아시모의 초기형이 공개된 직후인 2001년 혼다는 아시모의 렌탈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하면서, 아시모는 박물관, 과학 축제, 영화제, 방송 프로그램, 디즈니랜드를 포함한 여러 놀이 공원 등 다양한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심지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도 등장했다. 그러나 혼다는 2018년 7월에 아시모의 추가적인 개발이나 생산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그 동안 아시모에 적용되었던 기술을 혼다의 다른 양산 제품에 적용하거나, 또다른 제품의 개발 및 실용화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문병성 moonux@gmail.com
필자인 문병성은 금성산전, 한국휴렛패커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에어로플렉스 등 자동화업계와 통신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했으며, 최근에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역사와 흐름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글을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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