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5월, 미국 콜로라도주의 로키 산맥 자락, 좁은 비포장 도로에 아이스크림 판매 트럭같이 생긴 차량이 시속 5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로 기어가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바퀴가 8개 달려있고 전체가 하얀색이었는데, 하늘색으로 ALV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 차량은 약 1킬로미터를 이동한 후, 군 관계자와 학계 관계자 80여명 앞에 멈춰 섰는데, 놀랍게도 차량에는 어떤 사람도 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에서 원격제어로 조정된 것도 아니었다.
길이 4미터에 높이 3미터의 ALV는 트럭같이 생긴 차량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8개의 바퀴와 거대한 입방체의 유리 섬유 섀시로 덮여 있어 바퀴 달린 거대한 상자처럼 보였다. 섀시 내부에는 구동을 위한 디젤 엔진이 장착된 프레임 위에 컬러 카메라, 레이저 스캐너, 차량 상태 센서를 포함한 다수의 센서들과 주행 기록계, 비디오 테이프 녹화기, 컴퓨터 랙, 발전기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앞쪽 지붕에는 카메라가 튀어나와 있고, 그 아래의 레이저 스캐너 부분만이 유일한 창문이었지만, 운전자가 앉아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ALV는 자율 주행 차량이라기 보다는 대형화된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이었다.
ALV는 DARPA가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진행했던 ‘SC(Strategic Computing Initiative, 전략 컴퓨팅 계획)’ 프로그램의 한 프로젝트였다. SC 프로그램은 표면적으로 광범위한 인공지능 기술의 기반을 구축하고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개발해서 기업 제품에 통합함으로써 미국의 경제적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냉전시기의 막바지였던 당시, 미래의 국가간 갈등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광범위한 정찰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안보 기술을 개발해, 주고객인 군 당국에게 DARPA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통합 프로젝트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전문가 시스템, 자연어 처리, 비전 시스템, 그리고 계획과 추론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발전시킨, 세가지 응용 시스템으로 그 잠재력을 입증하고자 했던 프로젝트였다. 그 세가지로 공중에서는 전투기 제어에서 조종사와 상호작용하며 지원하는 ‘조종사 보조(Pilot's Associate)’ 시스템, 해상에서는 미 태평양 함대의 300여척 군함을 효과적으로 지휘하는 ‘전투 관리(Battle Management)’ 시스템, 그리고 육상에서는 전투, 구조, 군수 보급에 사용될 무인 자율 차량인 ‘자율 차량(Autonomous Vehicles)’이었다. 10여년간 1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당시 기술로는 너무나도 야심적이었던 SC 프로젝트는 비록 인공지능 기술 구현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기술적 성취를 이루어 냈다.
ALV는 SC 프로그램 중에서 무인 자율 차량 프로젝트로써 개발되었는데, 일반 도로나 오프로드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회피할 수 있는 기능을, 차량 자체에 탑재된 컴퓨터만으로 완전 독립적으로 동작 가능하도록 구상되었다. 군의 작전 환경에서 구조나 군수용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던 ALV는 오프로드의 구릉지대나 바위가 많은 환경과 같은 거친 지형과 악천후 등과 같은 비구조화된 환경에서도 기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했기 때문에 실시간 반응의 제어가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특정한 목표를 향해 이동하면서, 스스로 주변을 감지하고, 인간의 간섭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고급 인지가 가능한 센서, 데이터 분석 시스템, 백업 전원을 포함한 전원 컨트롤러의 통합 시스템 개발을 포함했다.
매년 성취해야 할 시연 목표도 상세히 세워 두었는데, 1985년까지의 목표는 장애물이 없는 포장된 도로에서 최대 시속 10킬로미터를 주행하는 것이었다. 또한 1990년까지 도로에서는 시속 80킬로미터로 주행하며, 험지와 오프로드에서는 시속 10킬로 미터로 장애물을 회피하며 스스로 지도를 업데이트하며 이동 가능하도록 하는 목표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단계(Phase I) 프로젝트가 완료되어가던 1987년 휴즈 연구소의 오프로드 지도와 센서 기반 자율 내비게이션이 추가되면서, ALV는 가파른 경사, 계곡, 큰 바위와 나무들이 포함된 복잡한 오프로드 환경에서 시속 3.1킬로미터의 속도로 자율 주행하는 시연을 보이며 수립된 목표를 어느정도 잘 충족해주는 듯 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1988년부터로 계획된 ALV 프로젝트의 2단계 (Phase II)는 시작되지 못했고, 결국 1988년 중반에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프로젝트의 1단계를 검증하던 위원들의 시각에서 ALV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라기 보다는 여러 연구기관 및 업체들의 기술을 마틴 마리에타가 단지 통합만하는 프로젝트로 간주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프로젝트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일부 군 관계자는 눈에 잘 띄는 하얀색의 거대한 물체, 그리고 여전히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은 적의 타겟이 되기 쉬운 장비라고 언급하며, ALV를 미래 기술의 개발이라는 측면보다는 쓸모를 찾기 어려운 전투 장비의 일환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ALV는 마틴 마리에타(Martin Marietta)가 1984년 여름에 수주해 DARPA의 지원 하에 3년반 동안 개발되던 프로젝트였다. 당시 미국의 화학, 전자 및 항공 회사였던 마틴 마리에타는 1995년에 록히드(Lockheed)와 합병해 록히드 마틴이 되었고, 현재에는 미국 최대의 항공 및 방위 산업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ALV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통합 지휘는 마틴 마리에타가 맡았지만, 이 프로젝트에는 SRI, 휴즈 연구소(Hughes Research Lab.), 허니웰, 카네기 멜런 대학, 메릴랜드 대학, 미육군 지형연구소 등 민간, 학계 그리고 군의 쟁쟁한 연구소들이 함께 참여했던 프로젝트였다. 각 회사들은 시각적 모델링, 장애물 회피, 객체 인식 및 추적 등의 다양한 비전 알고리즘의 개발을 담당했는데, 카네기 멜런 대학은 환경에 대한 동적 이미지 처리를 포함한 차세대 비전 시스템 개발 분야를 담당했다.
카네기 멜런 대학의 경우, ALV 프로젝트에 참기하기 전부터 이미 외부 환경과 지형에서 작동되는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을 개발해 오고 있었다. 1979년 펜실베니아주 쓰리마일(Three Miles)섬의 원자로 사고 지원을 위해 레드 휘태커 교수에 의해 설립된 카네기 멜론 대학의 FRC(Field Robotics Center)에서는 그간 개발되어온 3륜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인 플루토(Pluto), 넵튠(Neptune)과 우라노스(Uranus)의 기술을 바탕으로, 1983년에 테러게이트(Terregator, Terrestrial Navigator)를 개발했다.
실내 전용의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은 어느 정도 제한된 환경에서 작동하는 반면, 실외용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은 오프로드의 지형적 어려움 외에도 다채로운 주변 상황과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상황에 따라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해야 하기에 구현에 더 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테러게이트는 본격적으로 실외를 주행하는 초기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으로, 6개의 바퀴를 장착하고, 오프로드를 탐색하기 위해 레이저 스캐너, 소나 및 비디오 카메라의 조합을 사용했다.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제한된 컴퓨팅 성능으로도 오프로드를 스스로 탐색할 수 있었으며, 계단을 올라가는 능력도 있었다. 6개의 바퀴를 지지하는 프레임 위에 엔진과 온보드 컴퓨터를 올리고, 레이저 스캐너와 카메라를 장착한 테러게이트는 크기만 작았을 뿐, ALV와 유사한 구조로 설계된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이었다.
ALV 프로젝트에서 차세대 비전 시스템 개발 분야를 담당하게 된 카네기 멜런 대학 팀은 프로젝트 참여로만 만족할 수 없었기에 맡은 분야의 개발 기술을 ALV에 제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DARPA의 승인 하에 지원받은 자금의 일부를 자체 무인 차량 개발에 투입했다. 그렇게 1984년에 설립된 대학내의 자율주행 차량 연구팀이 내브랩(NAVLAB, Navigation Laboratory)이었다. ALV프로젝트가 중단된 이후 마틴 마리에타는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과 연구소들에게 ALV 플랫폼을 테스트베드로써 모바일 로봇 개발에 활용하도록 허용했는데, 카네기 멜런 대학이 가장 적극적으로 ALV의 기술들을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활용했다.
내브랩은 연구팀과 동일한 명칭의 자율 주행 차량을 지속적으로 만들었는데,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과 달리 모두 상용 차량을 개조해서 자율 주행 기능을 구현했다. 1986년에 선보인 내브랩-1은 트럭 크기의 파란색 쉐보레의 대형 밴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차량 내부에 발전기, 컴퓨터, 센서 뿐만 아니라 항법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소수의 대학원생까지 태울 수 있게 제작되었다.
센서로 초기버전의 라이다인 레이저 스캐너와 카메라를 사용해 환경을 인식하고, 내부에 장착된 5개 랙의 컴퓨터들로 차량 전체를 제어할 수 있으며 시속 30 킬로미터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브랩-1의 개발로 연구팀은 추가적인 연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향후 20년간 추가로 10개의 내브랩 모델을 더 만들 수 있었다. 이는 카네기 멜런 대학을 최고의 자율 주행 자동차 연구대학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세워주었다.
특히 모바일 로봇 및 자율 주행 자동차의 환경 인식에 처음으로 신경망 학습을 적용한 앨빈(ALVINN, Autonomous Land Vehicle In a Neural Network)이 적용된 내브랩-2는 미군 전투용 차량인 험비(HMMWV)를 개조한 차량으로, 1990년에 제작되어 험준한 지역에서 시속 10킬로미터, 도로에서는 시속 110킬로미터의 속도로 반자율 주행을 할 수 있었다.
1995년에 제작된 내브랩-5는 폰티악의 미니밴을 개조했는데, 자율 차선 유지, 측면 도로 이탈 경고 및 지원, 커브 경고, 위치 추정, 스티어링 휠 제어 및 안전 모니터링 등 최근의 자율 주행차에 장착된 기능들을 이미 구현했다. 특히 미국 동부의 피츠버그에서 서부의 샌디에고까지 4500킬로미터 구간을 평균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주행하며, 98%의 구간에서 사람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은 ‘No Hands Across America’ 이벤트를 벌이며 자율 주행 자동차 발전 역사의 중요한 한페이지를 기록했다.
이후 승용차, 대형 버스 등 기본 차량을 달리하며 개조되어 온 내브랩 시리즈는 1984년 이래 11개의 모델을 공개했고, 수많은 자율 주행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런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카네기 멜런 대학은 2007년에 도심 자율 주행 자동차 대회인 DARPA 그랜드 챌린지의 어반 챌린지(Urban Challenge)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르탄(Tartan) 레이싱 팀을 배출하기도 했다.
또한 내브랩 시리즈의 개발에 참여해 온 많은 엔지니어들이 구글 웨이모, 우버, 테슬라와 같은 많은 기업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에 기여하며, 카네기 멜런 대학은 미국내에서도 최고의 자율 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개발해 온 곳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렇게 모바일 토토 바카라 사이트은 산업 현장이나 서비스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차라는 새로운 산업의 한분야를 개척해 온 중요한 기술로 발전해 나갔다.
<필자:문병성 moonux@gmail.com
필자인 문병성은 금성산전, 한국휴렛패커드,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 에어로플렉스 등 자동화업계와 통신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했으며, 최근에는 로봇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의 역사와 흐름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글을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